" 창범이는 5개월 정도부터 TV를 보기 시작했다. 보여주게 되었는데 광고를 심각하게 좋아해서 창범이 엄마는 고민 중이다. 특히 빠른 화면 구성과 음향, 그리고 다양한 것이 보이는 광고를 특히 좋아했다. 텔레비전을 볼 때는 정신없이 넋을 놓고 있다. 시력에 큰 지장이 생기지는 않을지도 걱정이다."
생후 1-2년 된 아이들이 태블릿이나 스마트폰 앞에서 보내는 시간이 현재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아주 어린아이들에게까지 각종 디지털 미디어의 화면들을 더 많이 허용하는 추세는 위험하다. 이런 경향은 아이들이 미래의 디지털 세상을 더 잘 준비하려면 영아기부터 가능한 일찍 미디어에 익숙해져야 한다는 어른들의 위험한 논리가 기묘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한 방송사에서 ‘유아의 스마트폰 중독’에 관한 뉴스를 다루면서, 5세 미만의 아이들 16명을 대상으로 인형, 장난감, 스마트폰 중 하나를 고르도록 했다. 16명 중 10명은 모두 주저 없이 스마트폰으로 달려갔다. 이중에는 성인처럼 능숙하게 다루는 아이들도 있었다. 아이들이 스마트폰이나 디지털기기를 여타의 다른 자극물보다 좋아하는 이유는 자극이 강렬하기 때문이다. 빠른 화면, 현란한 색에 아이의 눈과 귀는 완전히 매료되어 다른 어떠한 자극도 시시하게 느껴지게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스마트폰의 자극은 일방적이라 두뇌발달을 저해한다. 두뇌발달을 위해서는 예측할 수 없는 대상과 오감을 통한 상호작용을 해야 한다. 때로는 심심해져서 혼자서 중얼중얼하면서 놀기도 하고, 스스로 놀거리를 연구하는 시간도 필요하며, 그 속에서 다양한 호기심도 생긴다. 하지만 스마트폰은 한 가지 자극만 즐기고 강렬하게 원하게 하여, 그 이외는 어떤 자극도 받아들이지 않게 만든다. 우리의 뇌는 유전적으로 프로그램 되어 있어서 아주 넉넉하게 많은 신경회로를 만들어 놓는다. 그리고 외부의 자극을 받으면 그 중 필요한 회로를 남겨서 굵고 튼튼하게 만들고, 필요 없는 회로는 정리해 버리는 특성이 있다. 하지만 스마트폰은 다양한 자극 자체를 차단하여 아이의 정상적인 뇌 발달을 저해한다.
그렇다면, 이 시기 스마트폰 등의 디지털미디어로 강력한 일방적 자극만 받는 아이는 그렇지 않는 아이에 비해 어떤 변화가 생길까?
사진. 픽사베이
첫째, 두뇌발달을 저해한다.
2011년 6월 CNN 방송이 디지털미디어의 멀티태스킹에만 익숙해지면 우리의 뇌가 현실세계에 적응하지 못하는 방향으로 바뀐다고 보도하면서, ‘팝콘브레인’이라는 단어를 처음 사용하였다. 실제 장시간 디지털미디어를 이용한 사람의 뇌는 전두엽 회백질의 크기가 줄어드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아이의 경우, 빠르고 강한 정보에만 반응하고 느리고 약한 자극에는 반응을 하지 않는 뇌를 가지게 된다. 당연히 진득이 앉아서 아주 약한 자극에 곰곰이 생각하고 또 생각해야 하는 활동 즉, 독서나 공부는 싫어하게 된다. 뇌세포발달과 두뇌 성숙을 위해서 감각을 통한 체험들이 다양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예를 들어 보기 듣기 맛보기와 후각, 느끼기, 촉각, 중력 감각과 움직임 감각 등은 아이가 직접 체험해야 한다. 영아기에 스마트폰과 상호 작용을 하게 되면 감각 체험이 2차원 화면의 평면적 경험으로 제한된다. 2차원적 경험은 늘 고르게 판판한 표면으로만 제공된다. 미디어를 조작할 때 사람의 몸은 거의 움직이지 않고 전신을 움직이는 체험은 늘 빠져있다. 즐겁게 자신을 움직이는 자극이 전혀 없기 때문에 미디어를 통한 감각 체험은 온전히 잃어버린 시간에 불과하다. 더욱이 모니터 화면을 마주하는 동안 아이의 두뇌발달은 훼손된다.
둘째, ‘충동’을 조절하는 뇌기능에 문제가 생긴다.
정서지능은 자신의 감정을 정확하게 알고, 이 감정을 존중하고 본인이 진심으로 받아들일 수 결단을 내리는 능력이다. 즉, 충동을 자제하고 불안이나 분노와 같은 자기감정을 조절하는 능력이다. 정서지능이 높은 아이는 실패해도 좌절하지 않고 자신을 격려하고, 타인의 감정을 공감하고, 다른 사람과 조화롭게 협력할 수 있다. 어린 시절 과도하게 디지털미디어에 노출되면, 전전두엽의 발달이 저하되어 자기조절력에 문제가 생긴다. 전전두엽의 실행기능은 주의를 집중하는 능력, 추론 및 계획 능력, 상황에 필요한 정보를 획득하고, 언어적인 정보를 통해 행동을 조율하는 능력, 정서를 조절하는 능력 등이 모두 포함된다. 때문에 주의력결핍 및 과잉행동 장애인 ADHD가 생길 수 있다.
셋째, 우뇌발달이 저하됩니다.
우뇌는 집중력, 구성력, 통찰력, 지각속도, 창의력, 직관력 등을 가지고 있고, 시각적이고 감성적이며 동시에 여러 가지를 사고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에 반해 좌뇌는 언어사고력, 수리력, 추리력, 분석력, 논리력 등을 가지고 있고 규칙적이고 계획대로 일 처리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런데, 좌뇌와 우뇌가 폭발적으로 발달하는 시기가 각각 다르다. 취학 전은 이미지의 뇌라고도 하는 우뇌가 주로 발달한다. 우뇌는 스킨십, 부모와의 상호작용, 놀이, 체험, 경험, 상상 등에 의해서 발달한다. 3세 이전의 아이들이 그림책을 볼 때, 놀이를 할 때, 스킨십을 할 때, 관찰을 할 때 가장 많이 활성화 되는 뇌 부위는 우뇌이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꼭 필요한 창의성과 풍부한 상상력은 영유아기에 만들어진다. 영유아기에 만들어진 상상력이 청소년기에 독립적이고 논리적이며 추상적인 사고를 일으키기 때문에 어린아이의 실제 환경은 다양한 상상력를 일으킬 수 있도록 가능한 많은 자극을 주어야 한다. 디지털미디어의 동영상 같은 것은 아이 자신이 상상력의 상들을 만들어 내려는 의지를 전혀 자극하지 못한다.
넷째, 애착형성에 문제를 일으킨다.
3세 이전의 아이는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의 감정을 전달하고 공유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표현해보기도 하고 그것이 받아들여지는 경험도 해보고,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인정하고 존중하며 공감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디지털미디어는 이렇게 사람과 부대끼며 감정을 표현하고 조절하며 교환하는 기회를 빼앗아간다. 부모-아이와의 애착 형성에 아주 도움이 되는 것은, 하루 일과 중에서 일정한 시간을 정해놓고 아빠나 엄마가 아이와 무언가를 함께하는 것이다. 여기서 시간의 길이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오히려 함께 하는 행동의 질, 강도가 중요하다. 단단하게 형성된 애착관계는 아이가 주변 환경을 활동적으로 탐색할 수 있는 안전한 토대로 작용한다. 스마트폰을 대하는 시간은 "말이 없는" 시간이다. 부모가 통화를 하거나 채팅을 하고 있으면 몸은 존재해 있어도 자녀를 "곁다리로" 살피는 상황이다. 스마트폰의 과도한 사용은 부모 자녀간의 접촉을 방해한다. 따라서 스마트폰은 애착 관계를 형성하는데 해롭게 작용한다. 부모 자식간의 애착이 안정적으로 만들어지는데 생후 몇 개월, 1-2년이 특히 중요하다. 부모와 아이와의 접촉이 미디어와 나뉘지 않고 직접 이루어질 때 애착관계가 온전히 만들어진다. 애착 형성은 자녀에게 평생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한 긴요한 토대가 된다.
다섯째, 집중력을 떨어뜨린다.
디지털미디어의 전형적 특징인 빠른 하면 전환과 밝은 색채도 아이의 정상적인 주의집중 발달에 방해가 될 수 있다. 생후 10개월 이전에 아기는 자기 의지대로 주의를 돌릴 수 없다. 그런데 빠른 속도의 오락물과 같은 주의를 끄는 자극에 노출되면 자발적인 주의집중으로 전환하는 데 더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장기적인 변화를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36개월 이전에 과도하게 TV를 시청했던 아이들이 만 5세에서 8세 사이에 ADHD에 걸릴 가능성이 두 배 이상 높았다. 실제로 미국 시애틀아동병원 드미트리 크리스타키스 박사가 12-36개월 아이 2,600명을 추적 조사한 결과, 12-36개월 아이들의 TV시청 시간이 1시간씩 늘어날 때마다 이들이 7세가 되었을 때 주의력에 문제가 생길 위험이 10%나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디지털미디어는 아이의 뇌가 아주 높은 수준의 자극을 기대하도록 만든다. 아기는 점차 디지털미디어의 자극을 정상적인 것으로 생각하게 되고, 그로 인해 상대적으로 현실은 지루하게 느끼게 된다. 이는 ADHD 아이들이나 집중력이 부족한 아이들에게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여섯째, 언어발달을 지연시킨다.
아이가 언어를 발달시키는 것은 대체로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엄마가 말을 거는 것이다. 이것은 아이의 얘기에 엄마가 반응해주고 엄마의 반응에 아이가 말로 응함으로써 언어 발달에 가장 효과적인 의사소통이 이루어진다. 둘째는 TV나 스마트폰 같은 디지털미디어이다. 이것은 수동적인 것으로 엄마의 이야기나 말 걸기만큼 효과적이지는 못한다. 아이의 언어는 상호작용을 통하여 발달하는데 디지털미디어는 상호작용이 거의 없어서 언어발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셋째는 엄마가 읽어주는 그림책이다. 요즈음은 TV와 스마트폰 때문에 그림책을 읽어주는 일이 많이 줄어들었다. 그러나 엄마가 읽어주는 그림책은 아이에게는 어느 자극보다도 기억과 마음에 강하게 남는 언어교육방법이다. 엄마가 책을 읽으면서 들려주는 언어는 아이에게 심리적으로도 상당한 도움을 준다. 언어 발달이란 쌍방향의 의사소통이 효과적인데 TV에 의존하다보면 언어 발달도 비효율적이고 의사소통하는 방식도 서툴게 되는 것이다. 많은 연구에서 아이들의 디지털미디어 시청이 언어발달 부진과 상관관계가 있다고 밝혀졌다. 생후 7개월부터 16개월까지의 아이들은 TV나 스마트폰 앞에서 시간을 더 오래 보낼수록 그렇지 않은 아기들보다 더 적은 어휘를 한다. 태국 아이들의 경우 12개월이 되기 전에 하루에 두 시간 이상 화면을 보게 되면 언어지체의 위험이 6배 증가한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발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