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생후 10개월반이 되는 여아의 엄마입니다. 한 1달전부터 도무지 사람 몸에서 떨어질려고 하지 않습니다. 우리 아이는 옆에 있어도 울고 또 조금만 떼어 놓으려고 하면은 크게 놀란 것처럼 자지러지게 울어 엄마를 당혹스럽게 합니다. 원래 이때쯤이면 다들 그런 것인지 아니면 우리 아이가 정도가 지나친 건지 궁금합니다.
A. 엄마와 아이 사이에 애착이 확실히 형성되는 것은 생후 8개월 경이다. 이 때에 낯선 사람에 대해 불안해하고 엄마를 떨어질 때 근심을 하게 된다. 이전에는 낯선 사람에게 미소를 짓고, 다가가고, 주위에 누군가 있기만 하면 즐겁게 구구소리를 내는 친절한 아이였다. 그런데 8개월이 되자 마치 다른 아이와 같이 보인다. 처음 보는 사람이 다가오거나 부모가 자기를 다른 사람에게 맡기고 떠나려고 하면 큰 소리로 운다. 만일 아이가 움직일 수 있다면 기어가버릴 것이다. 부모에게서 떼어놓게 되면 아이는 부모에게로 가려고 하고, 소리를 지르거나, 조용히 있거나 눈물을 흘리는 등 근심걱정의 표시를 보이게 될 것이다. 아이는 자기가 알고 있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의 차이를 인식할 만큼 예민해졌을 뿐이다. 그러나 몇 개월 후에는 다시 그전처럼 기본적으로는 우호적인 상태로 돌아갈 것이다. 발달전문가들은 이러한 낯선 사람에 대한 불안을 애착이 형성되었다는 신호이며 정상적인 발달의 한 측면이라고 생각한다.
발달적 의미
대개 8개월에서 12개월 사이의 아이는 대상영속성의 개념을 이해하는 것과 거의 같은 시기에 애착이 형성되고 분리불안이 나타난다. 이와 같은 정서적인 사건이 일어난다는 것은 저장된 정보를 회상하는 인지적 능력이 있다는 뜻이다. 다시 말하면, 아이는 부모와 함께 있을 때 경험했던 따뜻함과 좋은 느낌을 기억하기 때문에 부모가 함께 없을 때에도 부모에게 애착을 느끼는 것이다. 또 부모가 방에서 나갈 때 울음을 터트리는 것은 부모가 방에 있었을 때의 느낌은 기억하지만 부모가 없을 때는 어떨 것인지를 예측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낯선 사람에 대한 불안은 8개월에서 시작해서 점점 심해지면서 24개월에 정점에 달하고 그다음부터는 줄어든다.
낯선 사람에 대한 불안은 정상적이긴 하지만 항상 있는 것은 아니다. 아이가 잘 알고 있는 친숙한 어른의 수가 낯선 사람에 대한 불안의 정도에 영향을 끼친다. 소수의 어른들 사이에서 자란 아이가 다수의 어른들 사이에서 자란 아이보다 불안을 더 보이고 다수의 어른들에 의해 키워진 아이는 낯선 사람에 대한 불안을 거의 보이지 않는다.
부모의 행동도 역시 중요하다. 부모가 아이에게 더 억압적이고 비판적일수록, 아이는 덜 반응적이다. 그리고 아이가 부모에게 더 반응적일수록 낯선 사람에게 덜 반응한다. 낯선 사람에 대한 불안은 생후 첫 3개월 동안의 감각적 자극과 역관계를 가진다. TV앞에 앉아있고, 라디오와 오디오가 가까이 있고, 아이 앞에서 장난감을 흔들어주었던 아이는 새로운 상황에 익숙하기 때문에 나중에 낯선 사람을 덜 두려워한다.
낯선 사람에 대한 불안은 아이에 따라 매우 다양한 반응을 보인다. 어떤 아이는 낯선 사람에 대하여 오랫동안 아주 심하게, 반응하는가 하면, 어떤 아이는 약하게 잠깐 동안만 동요하고, 또 어떤 아이는 전혀 부정적으로 반응하지 않는다. 낯선 사람에 대한 아이의 반응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인 중의 하나는 아이 자신의 기질이다. 순한 아이는 부정적인 반응을 거의 또는 전혀 보이지 않는 반면, 까다롭고 반응이 느린 아이는 더 심하게 더 오랫동안 불안해한다. 이것은 편도체의 예민도와 관련이 있다.
낯선 사람이 누구인가 하는 것도 아이가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에 영향을 미친다. 아주 어린 아이는 종종 자기보다 어느 정도 나이가 더 많은 아이에게 흥미를 보인다. 다른 아이를 친구로 인식하는 것이다. 한 보고에 의하면 7개월밖에 되지 않은 아이가 낯선 아이에게는 미소한 반면, 낯선 어른에게는 상을 찡그리고 피하였다.
낯선 사람에 대한 불안과 낯선 장소에 대한 불안 사이에는 상호작용이 있다. 보통 상황에서 낯선 사람이 가까이 가면 아이는 불안을 보인다. 그러나 만일 아기가 낯설고 새로운 환경, 특히 바깥에 있게 될 경우에는 자진해서 낯선 사람에게로 가까이 가서 안아주기를 청한다.
양육지침
- 낯가림의 시기에는 부모가 요란한 안경을 쓰거나 하는 일은 피해야 하며 머리 모양을 눈에 띄게 바뀌거나 너무 화려한 옷으로 바꿔 입는 일은 줄이는 것이 좋다.
- 애착이 생기는 것은 꼭 엄마하고만 생기는 것이 아니므로 아빠나 혹은 할머니들도 아이와 애착이 생겨 의사소통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아이와 같이 있는 시간을 늘리는 것이 좋다. 애착이 생긴 어른이 많을수록 좋다.
- 아이를 처음 보는 방문객들은 너무 크게 말하지 않게 하고 갑자기 덥썩 안는 등의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또 방문객이 있는 동안 부모는 항상 그 옆에 있어야 한다.
- 일찍부터 많은 친척들과 친구들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 접촉시키는 습관을 길러줘야 한다. 만일 가능하다면 매일 다른 아이와 같이 있는 기회를 가지는 것도 좋고 놀이방 같은 곳에서 다른 아이들과 같이 있는 환경을 들이는 것도 좋다.
- 부모가 다시 나타나면 아무리 오랫동안 울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곧 울음을 그치므로 가능하면 아이의 시야에 부모가 옆에 있는 것이 좋다. 집안일을 하거나 다른 사람과 대화를 할 때라도 아이의 시야에서 벗어나지 않는 장소에서 하는 것이 좋다.
- 부모가 다른 방에 있을 때 아이가 혼자서 노는 시간을 조금씩 가지는 것도 좋은데 이런 때에도 수시로 아이가 혼자 노는 방에 들려 부모가 옆에 있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 좋다.
- 아이 모르게 부모가 사라지는 일은 이 시기에 절대 해서는 안 된다. 부모가 일시적으로 사라지는 것과 영원히 없어진 것을 구별하기 힘든 나이이기 때문에 아이에게 충격을 줄 수 있다.
- 아이를 맡겨야 될 경우에는 돌보게 될 사람이 믿을 수 있고 친숙한 사람이라는 것을 아기에게 점차적으로 인지시켜 줘야한다. 돌봐줄 사람이 처음 방문했을 때 부모는 아이와 같이 있어줘야 한다. 그러면서 엄마가 잠간씩 자리를 비움으로써 아이에게 자기 조정을 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줘야한다.
- 아이를 돌보는 사람이 사용할 수 있도록 장난감을 준비해 두어야 한다. 친숙해지면 엄마가 보는 앞에서 아이와 놀아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 처음으로 아이를 맡겼을 때에는 빨리 돌아와야 한다. 부모가 시간을 지키지 않으면 아이를 돌보는 사람뿐만 아니라 아이도 불안을 느끼게 된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발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