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착이 왜 협업능력이 될까?
애착이 잘 형성되면 아이는 안정된 애착을 토대로 주위환경을 적극적으로 탐색하고, 사물을 이해하고 다루는 기술을 배우며, 점차 자신에 대한 유능감을 느끼게 된다. 발달 측면에서도 안정된 애착관계를 형성한 아이는 불안한 애착을 형성한 아이보다 발달이 우월하다. 도구 사용이나 문제 해결 상황에서도 더 열정이 있고, 끈기가 있으며, 다른 사람의 지시를 더 잘 따르며, 좌절도 적다. ‘애착’이라는 단어를 처음 정의한 영국의 소아건강의학자 존 보울비(John Bowlby)는 영아기에 부모와 안정된 정신적 유대를 이루면 이후에 타인과 정서적 유대를 형성하는 데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하였다. 안정된 애착은 정서의 안정성, 자신감, 신뢰감, 협동심 및 타인을 도우려는 태도로 발달하게 된다고 보았다.
감정의 뇌인 변연계는 생후 8주 무렵부터 활발하게 발달하기 시작하는데, 아기는 이 덕분에 생후 3개월에는 쾌와 불쾌를 인식하고, 생후 5~6개월경에는 불쾌라는 정서를 분노, 혐오, 두려움으로 나눠서 인식할 수 있다. 생후 12개월경에는 쾌라는 정서를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뤘을 때의 만족감, 고무된 느낌, 성인에 대한 애정 등으로 나눠서 인식할 수 있다. 이러한 정서분화는 아이의 뇌, 특히 변연계가 발달하면서 일어난다. 이후 생후 18개월쯤에는 또래나 동생, 형과 같은 아이에 대한 애정, 질투 등의 감정을 느끼게 되고, 생후 24개월에는 진정한 기쁨이나 즐거움 등을 알게 된다. 뇌 인지발달의 정도에 따라 아이가 표현하는 감정의 디테일도 달라진다. 생후 6개월 아이가 내는 화와 생후 12개월 아이가 내는 화는 표현방식이 다르다. 생후 6개월은 닥치는 대로 짜증을 내고 악을 쓰고 우는 것으로 나타나지만, 12개월은 자신의 화를 일으킨 사물이나 대상에게 직접 화를 낸다.
정서를 이해하고 표현하는 것은, 아이가 거울이나 사진 속에 자신을 알아볼 수 있을 때부터 가능하다. 이 때 비로소 부끄러움, 죄책감, 부러움 등 조금은 복잡한 정서를 표현하게 된다. 물론 생후 6개월 때도 다른 사람의 정서를 이해하기는 한다. 주로 부모의 얼굴표정을 보고 부모의 감정을 구분한다. 생후 10~12개월경에는 다른 사람의 표정을 참고하여 자신이 어떻게 행동을 해야 할지를 판단하기도 한다. 첫 말이 터지는 생후 18개월에서 36개월 사이, 자신의 정서를 드디어 언어로 표현하기 시작한다. 만 3~4세경에는 정서의 원인과 결과를 말로 표현할 수 있으며, 그에 맞는 행동을 할 수 있게 된다. 친구가 화난 이유가 자신이 장난감을 나눠 갖지 않아서라는 것을 알고, 동생을 달래기 위해서 자신이 들고 있는 사탕을 줄줄도 안다. 만 4~5세 경이 되면, 또래가 어떤 정서를 갖게 된 것이 왜일지 추측하는 것도 가능해지는데, 아직은 또래의 마음이나 기분, 동기 등을 세세히 보지는 못한다. 주로 겉으로 보이는 단서들을 재료로 삼는다.
아이는 변연계가 발달함에 따라 감정을 처리하고 조절하는 것을 배워간다. 이 때 반드시 필요한 것이 아이와 부모와의 상호작용이다. 미소 짓는 아기에게 눈을 맞추고 미소로 대답해주고, 울면 달려가 안아주고 토닥여주고, 시도 때도 없이 얼러주는 것이 필요하다. 부모의 따뜻한 상호작용으로 아이는 새롭게 알게 되는 감정의 조절과 처리를 하나하나 익히면서 변연계를 계속 발달시켜나간다. 이 과정은 사춘기까지도 계속된다. 특히 ‘사회적 친밀감’이라는 정서는 생후 18개월까지가 감수성기다. 생후 18개월까지 긍정적인 사회적 경험을 하지 못한 아이는 타인과 친밀한 인간관계를 형성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때문에 생후 18개월 전의 부모의 긍정적인 상호작용이 더욱 중요하다. 최근의 연구에 의하면 생후 3주에서 6주 사이에 어미와 충분한 상호작용을 가졌던 새끼 원숭이들은 이후에 격리되더라도 감정의 발달에 큰 문제가 없었던 반면에, 충분한 상호작용이 없었던 새끼 원숭이들은 감정의 발달에 문제가 있었다고 한다. 결정적 시기에 적절한 상호작용이 결핍되면 변연계의 정상적인 발달이 왜곡되기 때문이다. 뇌과학자들은 인간의 경우, 그 결정적인 시기로 아주 중요한 때를 생후 첫 1년까지로 보며, 3세까지도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그런데 이 시기는 변연계의 감정을 처리하는 부위가 발달하는 시기와도 일치한다.
아이가 ‘나는 부모에게 항상 사랑받고 보호받고 있어.’, ‘언제 어디서든 내 뒤에는 든든한 부모가 있어.’라고 느끼는 애착이 잘 형성되어 있다는 것을 말해주기도 하지만, 정서가 잘 발달되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기도 한다.
그림. 정서의 뇌
그림책으로 다양한 감정을 경험, 이것이 ‘협업능력 훈련’
" 숲 속의 토끼와 곰은 아주 사이좋은 친구였다. 둘은 어느 날 싸우게 되었다. 둘 다 ‘내가 먼저 미안하다고 말해야 하나?’ 고민되는 상황, 하지만 화가 난 곰은 주먹을 꼭 쥐고는 뒤돌아서며 미안하다는 말은 절대 안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렇지만 곰은 어쩐지 마음이 찜찜했다. 낚시를 하러가서도, 딸기를 딸 때도 ‘지금 미안하다는 말을 하러 가야 할까?’ 생각뿐이다. 곰은 기분을 바꿔볼까 해서 가장 좋아하는 민들레차를 마셔보지만, 웬일로 맛이 없다. 곰은 용기를 내어 토끼를 찾아갔다. 그런데, 토끼는 이렇게 고민하고 있는 자신의 마음도 모르고, 다람쥐랑 재미있게 놀고 있는 것이 아닌가? 곰은 기분이 더 나빠져 토끼와 싸운 일 따위는 잊고 맛있는 잼이나 만들기로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기분이 나아질지를 몰랐다. 저녁놀로 온통 세상이 빨갛게 된 저녁, 곰은 다시 토끼에게 찾아가 ‘미안하다’고 말한다. 토끼는 자신이 더 미안하다고 하며 둘은 화해를 했다. 비로소 곰은 마음이 편해졌고, 웃을 수 있었다."
그림책「너랑 절대 말 안 해(가사이 마리 / 북뱅크)」의 줄거리다. 어른이나 아이나 싸움을 하고 나면, 마음이 편하지 않다. 용기를 내서 미안하다는 말을 하기가 쉽지가 않다. 하지만 화해를 미루면 미룰수록 마음은 더 불편해진다. 이 그림책에는 마음이 주인공의 행동과 에피소드에 잘 표현되어 있다. 그리고 어떻게 해야 마음이 편해지는지도 동물을 의인화하여 친절하게 안내하고 있다. 아이가 친구와 싸우고 들어온 상황, “싸우니까 기분 좋아? 안 좋지? 안 좋잖아. 그러니까 빨리 가서 사과해.”라고 윽박지르는 것보다 이런 그림책 하나 읽어주는 것이 아이가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고 어떻게 조절해야 하는지를 더 잘 가르쳐 줄 수 있다.